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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칼럼 재택하는 가을, 아파트에서 새 보며 스트레스 풀어요 (한겨레)
2021.09.24

재택하는 가을, 아파트에서 새 보며 스트레스 풀어요 (한겨레) - 상세정보

[아파트탐조단의 가을 맞이]
9월 직박구리 어린새 번식
10월 상모솔새 등 겨울철새 찾아와

지난 5월9일 아침 7시 서울 강북구 삼양로의 한 고층 아파트에 아파트탐조단 회원 10명이 모여 약 2시간 동안 탐조를 했다. 박임자씨 제공

지난 5월9일 아침 7시 서울 강북구 삼양로의 한 고층 아파트에 아파트탐조단 회원 10명이 모여 약 2시간 동안 탐조를 했다. 박임자씨 제공

감을 먹고 있는 동박새. 박임자씨 제공

감을 먹고 있는 동박새. 박임자씨 제공

닉네임 ‘동박새y*’인 한 시민은 지난 1일 오전 7시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흰눈썹황금새를 발견했다. 순간의 찰나를 포착한 사진을 시민들의 자연 관찰 기록 오픈네트워크인 ‘네이처링’과 ‘아파트탐조단’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흰눈썹황금새 암컷의 뒷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할 당시의 생생한 순간의 설렘을 “깃을 정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허리에 노란색이 또렷했다”고 기록했다. 흰눈썹황금새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아파트탐조단’ 활동 중에 발견한 110번째 종이었다.충청남도 천안 서북구의 이아무개씨도 ‘네이처링’에 13일 오후 1시 아파트에서 가슴살이 뜯겨 바닥에 죽어있는 멧비둘기를 발견했다며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을 본 회원들은 댓글에 “저렇게 가슴살을 파는 것은 까치 등 조류”, “방음벽 충돌로 죽었을 것” 등 함께 새의 죽음을 슬퍼했다.코로나19의 기세는 여전하지만, 우주의 시계는 또 한 번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숨막히는 폭염과 하늘에 구멍뚫린 듯 쏟아지던 폭우로 기억되는 여름, 초록색 무성한 잎을 자랑하던 나무들이 잎을 서서히 떨어뜨리면 보이지 않던 생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주는 직박구리. 박임자씨 제공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주는 직박구리. 박임자씨 제공

상모솔새. 정맹순씨 그림

상모솔새. 정맹순씨 그림

“도심 속 아파트 단지는 정원수가 자라 작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 새를 만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은 어떤지 함께 기록해보면 어떨까요?”시민들의 자발적인 생태 기록 활동인 ‘네이처링’과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아파트탐조단’은 아파트에서 새를 보는 시민들의 모임이다. 지난 7월말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 가구 중 아파트 거주 인구는 총 1078만명으로 전체 51.5%를 차지한다. 경기도 수원의 박임자씨가 (재)숲과 나눔의 후원으로 꾸리고 있는 아파트탐조단은 전국의 아파트를 다니며 탐조 생활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1년 사이 전국의 참여자가 160명이 되었고 관찰기록도 3000건이 넘었다. 적극적으로 사진을 올리는 회원뿐 아니라 ‘눈팅’하는 회원까지 포함된 페이스북 회원은 440명 가량이다.박씨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단체 탐조 활동을 중단한 뒤 회원들의 탐조 일정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가을이 되면 우선 하늘을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겨울 철새가 날아오기 시작하거든요. 9월에는 텃새인 직박구리 어린새들이 번식을 해요. 이때 여름철 아파트 정원수에 빼곡했던 매미 사체가 어린 새들의 좋은 단백질 보충제가 될 수도 있답니다. 상모솔새도 10월부터 자주 보일 거에요. 11월에 홍시가 열리면 동박새도 오지요. 물가에 가까운 아파트라면 물까치를 찾아보세요.”

지난 5월9일 아침 7시 서울 강북구 삼양로의 한 고층 아파트에 아파트탐조단 회원 10명이 모여 약 2시간 동안 탐조를 했다. 박임자씨 제공

지난 5월9일 아침 7시 서울 강북구 삼양로의 한 고층 아파트에 아파트탐조단 회원 10명이 모여 약 2시간 동안 탐조를 했다. 박임자씨 제공

재택 또는 집콕 생활에 지친 시민들에게 아파트를 찾아오는 새들은 위로가 된다. 지난 5월9일 아침 7시 서울 강북구 삼양로의 한 고층 아파트에 박씨를 포함한 아파트탐조단 회원 10명이 모였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가졌던 회원들의 단체 탐조 활동이었다. 아파트 창밖에서 직접 먹이를 주며 탐조를 하다보니 47종의 새를 확인했다는 고수부터, 까마귀와 까치·참새 외에는 구분하지 못하는 초보 탐조가, 생물학을 전공한 뒤 동네에서 새를 보다 박새와 사랑에 빠져 새를 더 많이 보고 싶어졌다는 이도 있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답게 모두 튀지않는 색의 옷을 입었다. 누군가는 맨 눈으로, 누군가는 작은 쌍안경으로, 누군가는 전문가용 망원경으로 정원수에 숨어있는 새를 보는 것만으로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서울 구로구·동대문구·용산구·광진구·은평구 등 각지에서 오로지 새를 보기 위해 휴일 아침 단잠을 포기하고 강북구에 모인 이유는 오로지 새때문이었다. 이날 회원들은 아파트 꼭대기 옥상에서 내려다보던 큰부리까마귀, 정원수 깊숙하게 숨어 울던 붉은머리 오목눈이, 호수에 동상처럼 서 있던 왜가리 등 쉽게 지나쳤던 새들을 다시 한번 꼼꼼히 바라봤다.새를 보는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새를 본 지 1년째라는 도예가 이옥환씨가 이날의 호스트였다. 이 아파트에 사는 이씨는 “아파트에서 새를 보는 것은 눈을 맞출 수 있어서 좋다. 다만 새를 걱정하다보니 (포식자인) 길고양이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우재욱씨는 “눈으로 볼 때랑 쌍안경으로 새를 볼 때 너무 다르다. 새 소리로 새 종류를 알아보고 싶어 유튜브로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이아무개씨는 “아파트까지 새가 내려오는 이유는 숲이 적어서일까 환경 걱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이날 회원들과 동행한 책 <야생조류필드가이드> 저자 박종길씨는 “한국에 570종이나 새가 있는 것을 고려할 때 탐조 인구 수는 적은 편이다. 새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방법을 모르는 경우를 많이 봤다. 탐조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취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출처 :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12310.html#csidx1311834f7ff0cc7bd7f1c0d5ca85dc5 onebyone.gif?action_id=1311834f7ff0cc7bd7f1c0d5ca85dc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