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 활동게시판

[비봉이길 이건비건 요건요가] 《나는 풍요로웠고 》는 그동안의 활동을 전시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비봉이길 요건요가 이건비건팀'의 기획전입니다.

5기
작성자
hskilli3881
작성일
2020-10-18 14:45
조회
907
비봉이길_요건요가_이건비건 기획전시

공간:일리 space illi
후원 : 재단법인 숲과나눔

《나는 풍요로웠고》
2020.10.17.Sat-10.22.Thu.

공간 : 일리에서 열리는 전시 (나는 풍요로웠고는 구기동 비봉2길의 모임 ‘비봉이길 요건요가 이건비건 (이하 비요이)'이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시민아이디어 지원사업인 “풀씨” 5기로 선정되어 프로그램의 한 섹션으로 기획하게 된 전시이다.

미학 연구자, 시각예술작가, 연극배우, 주부, 피아노 선생님, 큐레이터 등 각자 다른 일을 하는 다양한 비요이의 구성원들은 “개인의 건강이 지구의 건강'이라는 모토아래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요가를 하고, 비건 식사를 하며 시작되었다. 비봉 2에서의 일상과 주변의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구성원들의 의지로 모인 이들은 그곳에 위치한 문화예술 공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로 서로의 재능을 나누며 비대면 시대의 고립과 단절 속에서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모임의 형태가 증식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서로를 가꾸고, 지키고, 살리는 상생 프로젝트 모임 '비요이'의 풀씨' 활동 연계로 열게 되는 전시 나는 풍요로웠고에서는 김순임, 황수경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며 연극배우 윤현길의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김순임작가는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고 머무르는 장소에서 얻은 자연의 재료들을 수집하여 그곳의 생태, 시간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각 예술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의 작업은 2019년 1월 한 달 동안 UNIST 사이언스월든 센터의 과학 예술 레지던시에서 지내면서 작업한 결과물인 <춤추는 미생물(Dancing Microorganisms)>(2019)이다. 사람의 움직임을 그려내는 작은 조각들을 가까이 들여다 보면 생활하며 먹은 후 남겨진 귤껍질, 우롱차, 주걱에 분은 밥알, 피망씨와 같은 평소에 우리가 음식물쓰레기라고 누르는 것들로, 레지던시에서 한 달간 만들어진 남은 음식들이다. 작가는 인문을 재료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설비가 설치된 사이언스월든 센터의 실험공간에 거주하며 미생물을 배우고 인식하게 되었고, 보이지 않는 존재인 미생물의 세계가 “생물”로서의 사람의 세계와 다르지 않음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는 시각으로 인시하지 못하는 미생물의 먹고, 음직이고, 소통하는 행위를 사람의 춤으로 비유하여 드로잉하고자 했는데, 이 형태를 구성히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이 빛을 이용하여 반사되는 것으로 개체를 인식하는 방식을
착안하여 춤을 추는 대상의 빛 그림자를 따서 캔버스에 옮겼다고 한다.

'비요이'의 구성원인 황수경작가는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작업물의 생태에 대한 고민을 작업으로 옮겼다. 그는 한 번 전시되고 다시 전시되지 못하는, 그러나 폐기할 수도 없는 캔버스를 꺼내 매일 만나는 길냥이 (주인이 없고,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을 덧그려 넣어 다시 새로운 작품으로 위치시킨다. 비봉 2길과 주변의 산 속에서 사는 고양이들을 연민과 측은의 마음으로 돌봐왔던 작가는 반듯한 기하하적 구성의 이전 레이어 위에 거칠고 빠른 필치로 고양이들을 그려내면서 다소 험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길 위의 고양이들을 작업의 대상으로 포착하고 인식하는 과정이서 그들의 임시적인 거주환경에서의 삶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작가가 고양이들을 안전한 캔버스 안으로 불러들여 각각의 존재로 호명해주었으며, 나아가 방치와 소멸 사이의 의미 없는 갈림길을 오가던 캔버스를 다시 한 번 하나의 새로운 작품으로 전시장에 걸릴 수 있게 해주었다.

먹고 남은 음식 부산물이나 더 이상 전시되지 않을 캔버스와 같이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거나, 그래서 버려지는 운명을 앞둔 것들 작품으로 가져와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 유의미한 - 것으로 세계에 등록할 수 있는 것은 예술이 발휘 할 수 있는 특별한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작품이 던지는 의미를 이해시키고 의도하는 어떤 액션을 이끌어낸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누군가의 가치관을 변화시키거나 많은 사람들이 공명하는 메시지를 던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전시를 통해서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작거나 사소한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일상에서 우리가 폐기 하거나 낭비 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무언가로 '순환' 시킬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잠시라도 고민 해보기를 기대해본다.

*전시의 제목인 《나는 풍요로웠고》는 미국 과학자 호프 자런(Hope Jahren, 1969-)의 저서 『The story of More』(2020)의 한국어 번역서 제목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김은령 옮김, (2020, 김영사)에서 빌려온 것이다. 저자 호프 자런은 이 책을 통해 인류가 무분별하게 풍요로운 삶만을 추구하면서 지구의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생각하지는 않고, 낭비하고 폐기하면서 고갈만시키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과학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수치들과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혹은 이미 나타나고 있었던) 우려스러운 현상들을 각인시키며 지금이 인류이 행동할 수 있는 마지막 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풍요로웠기 때문에 보이지 않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사실들에 귀를 기울여보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여 제목으로 가져오게 되었다.

전시글, 진행 / 구윤지

포스터디자인 / 갈리프레이

기획 / 비봉이길 요건요가 이건비건